05 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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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king for a hello, call me for tomorrow
말해줘, 준비됐어
Waiting in a shadow even getting narrow
손가락만 접고 있잖아
나의 가난한 눈물을 먹고 자라는 개들의

Promise that is hollow but I can’t but follow
내가 뭐 별 수 있겠어
Pleasure that is shallow, life that I just borrowed
박차고 갈 용기는 없고
나의 간절한 심장을 주사위 삼는 세계 속

긴 밤, 날로 어두워 주체할 수 없이
나의 빈 잔, 어째 무게를 더해만 가는지
이미 진 싸움, 빠져나갈 구멍은 있는지
저 문이 열리는 날까지, 누군가 나를 부르는 날까지

Stay low-ow-ow... They said so-o-o...
Move slow-ow-ow... For their show-ow-ow...

Wishes that I swallowed in their hoax so thorough
알고도 속아야 하는 게임
나의 찬란한 봄날을 달구지 삼아 일궈낸

Bloody pretty rainbow, shining out the window
신기루의 길 끝엔

Monsters that eat sorrow, masquerading heroes
살진 개들의 축제 속
나의 아슬한 희망을 놓고 벌이는 연극의

긴 밤, 날로 어두워 주체할 수 없이
나의 빈 잔, 어째 무게를 더해만 가는지
이미 진 싸움, 빠져나갈 구멍은 있는지

저 문이 열리는 날까지, 누군가 나를 부르는 날까지

Stay low-ow-ow... They said so-o-o...
Move slow-ow-ow... For their show-ow-ow...

How Geniuses Fall의 첫 번째 타이틀 곡 "LOW"입니다. 이쯤에서 앨범의 이야기를 잠시 할까 합니다.

뭐든 아이디어를 잡아내고 순간을 잡아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메모를 자주 해두는데요. 7년 전인 2018년에 이 “How Geniuses Fall”이라는 제목을 처음으로 메모해둔 것이 남아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꼭 바로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건 아니고 정말 막연한 구상만 해둔 정도였습니다. 정해진 트랙리스트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2021년 첫 EP를 내며 데뷔했을 때에는 오히려 이 제목을 쓰지 않고 전혀 다른 주제로 내게 되었죠. 그렇지만 이 How Geniuses Fall이라는 제목과 천재성의 몰락이라는 이 주제 자체는, 기회가 되면 너무 늦기 전에 꼭 완성해내고 싶다고 마음 한 켠에 계속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2023년 봄, 미국 보스턴에서 대학교를 드디어 졸업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며 쓰고 녹음해둔 곡이 몇 곡 쌓이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How Geniuses Fall이라는 제목을 쓰고 싶다는 아이디어도 오래 전부터 있었고, 예전에 쓰다 말았지만 살릴 만한 곡들도 몇 있었으니 네다섯 곡 정도를 모아 미니 앨범, EP로 <How Geniuses Fall> 을 발매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여름학기로 학교에 좀 더 머무를 수 있었던 그 해 여름동안 저의 가장 큰 목표는 이 EP를 완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름학기 후에는 한국행이 결정되었고, 저는 이 곡들을 얼른 잘 정리해 한국으로 돌아가자마자 발매할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앨범을 내기 위해서는 내 돈이든 투자를 받든 자금이 필요했고 연계될 만한 기회도 필요했기에, 예술 활동 지원 사업이나 컨테스트 같은 데 지원해 보며 그 여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지원 사업은 비록 떨어지고 컨테스트의 우승은 놓쳤지만, 주관사에서 긍정적인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2023년 여름이 끝날 때쯤,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뭔가가 이루어질 것만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 컨테스트에 관련되어 있던 한 이름 있는 회사에서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미팅도 하고. 보스턴에 머물며 여름동안 쓰고 녹음한 곡들이 모여 이제 4곡의 EP로 낼 준비가 되었고. 열심히 쌓아둔 포트폴리오를 여기저기 돌려볼 일만 남았죠.

일도 잘 될 것 같고 아티스트로서도 새 작품을 낼 수 있을 것 같고, 한국에 돌아오길 잘했구나!

...라는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죠. 몇몇 긍정적인 연락들은 그저 연락에서 끝, 기회가 있으면 함께 하자고는 하는데 언제 올지도 모르는 그 기회. 기다릴 수만은 없었기에 뭐라도 시작해보려 했지만 이상하게 잘 풀리지 않는 모든 것들.

준비하던 앨범도 그렇게 자신감과 동력을 잃고 표류하게 됩니다. 어쩌면 내가 들려주거나 제출했던 이 데모들이 너무 별로였던 걸까, 하는 생각까지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한국에 돌아와 2023년 하반기에 반드시 내리라 생각했던 How Geniuses Fall은 다시금 증발되는 듯 보였습니다.

온 세상이 내게 침묵하는 듯한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기다리고 버티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저는 이 곡을 써내려갔습니다.

내 곡을 쓰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이 없었으니 여러 스케치를 해보다가 곡이 써지기 시작했고,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가사도 술술 나오게 되었습니다. 쓰다 보니 상당히 강렬하고 직관적인 가사가 나오게 되었어요.

"나의 가난한 눈물을 먹고 자라는 개들의 공허한 약속,

나의 간절한 심장을 주사위 삼는 세계 속

피의 예쁜 무지개가 창 밖에서 빛나고

신기루의 길 끝엔 슬픔을 먹는 괴물들, 가면극을 하는 영웅들

몸을 낮춰, 그들은 말했어, 느리게 가, 그들의 쇼를 위해서"

가장 신나면서 대중적인 사운드를 가진 곡이 될 거라 판단해 타이틀 곡으로 유력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앨범 커버나 이렇게 내지에 들어갈 사진 등을 촬영하고 여러 방식의 홍보도 하기 위해서는 비주얼적인 요소도 아주 중요하게 기획되어야 할 텐데요. 아무래도 타이틀 곡이 주는 이미지를 위주로 생각하면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 곡의 이야기가 전반적으로 '내 간절한 마음이 세상의 게임 속 말처럼, 주사위처럼 갖고 놀아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오브젝트로서 '체스판'을 떠올리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앨범 커버에 체스 말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이고 디자인을 하면서 이 체스판 무늬, 체스 말이 중요하게 쓰였습니다. 이에 촬영 장소도 체스와 어울리는 앤티크한 컨셉으로 찾게 되었고요.

아무튼, 2023년 하반기에 썼으니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곡이 바로 이 LOW입니다. LOW를 완성하고 나서 이 프로젝트의 빈 부분이 채워진 듯한 느낌을 받은 저는 앨범 작업을 본격적으로 다시 재개하게 됩니다!